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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영미, 영미~ 빨리 쓸어"…'컬링 신드롬'

1962년 대한뉴스는 외국 선수들의 컬링 경기 장면을 보도하며 "열심히 비질하는 이들, 가정에서도 저렇게 깨끗이 집 안을 치울까요"라고 보도했다. 김경두(62)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은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컬링은 '얼음판에 요강을 굴려 빗자루로 쓰는 이상한 놀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빙상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렸다가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56년이 지난 2018년 2월, 대한민국에는 '컬링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8, 9차전에서 러시아 올림픽선수(OAR)를 11-2, 덴마크를 9-3으로 꺾었다. 유일한 패배 일본과 4강 격돌 한국(세계 8위)은 세계랭킹 1~5위 캐나다·스위스·러시아·영국·스웨덴을 연파하면서 '도장 깨기'를 완성했다. 예선 1위 한국(8승1패)은 4위 일본(5승4패)과 23일 오후 8시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4강전을 벌이게 됐다. 한국은 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5-7로 패했던 설욕에 나선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은 컬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컬링 여자 대표팀과 관련한 움짤(움직이는 짧은 영상)과 이미지·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김도연(27 ·싱어송라이터)씨가 컬링을 패러디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다. 빙판 대신 거실 바닥에서 스톤 대신 로봇청소기를 던진 뒤 브룸 대신 막대걸레로 닦는 영상이다. 네티즌들은 '컬링이 아니라 클리닝(cleaning)이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컬링 보드게임의 장난감 판매량도 급증했다. 장난감 유통업체 아트프렌즈 신수진 대표는 "연휴 때부터 주문량이 갑자기 늘기 시작해 품절대란이 일어났다. 물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링 신드롬'에 따라 여자 컬링 대표팀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킵(주장) 김은정(28)의 별명은 '엄·근·진'이다. 2시간30분 넘는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한 네티즌이 만든 김은정의 무표정 시리즈도 화제다. 김은정은 환희·분노·짜증·부끄러움 같은 수십 가지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가 없다. 경기 중 체력 보충을 위해 바나나를 먹을 때도 표정이 근엄하다.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는 김은정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안경 선배에 빗대 '카리스마 안경 선배'라 불리기도 한다. '스톤 대신 로봇청소기' 패러디 김은정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대표선발전 당시엔 상대팀의 심리전에 말려 경기를 망쳤다. 평소 마음이 약한 편인 김은정은 그 이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감독은 "은정이의 성격은 발랄한 편이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동생들에게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찌개를 만들어줄 만큼 자상한 면모도 있다"고 전했다. NYT "갈릭 걸스"…세계가 관심 네티즌 사이에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는 "영미~~!"다. 영미는 리드 김영미의 이름이다. 김은정은 스위핑하는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영미! 영미! 가야 돼" "영미~~ 기다려"라고 외친다. 한 네티즌은 "아내가 욕실 바닥 청소를 하며 '영미~ 영미~'를 외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란 고민 글을 올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주인공인 김영미는 "은정이 목소리 크기와 속도에 따라 스위핑 속도와 강도가 변한다. '영~미'라고 차분하게 말하면 준비하란 뜻이다. '영미! 영미!'라고 급하게 부르면 빨리 들어가 빨리 닦아야 한다. 내 이름을 안 부르면 세컨드 (김)선영이가 닦는다"고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여자 컬링 대표팀 최초 설계자도 김영미다. 2007년 의성여고 동창 김은정에게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김영미였다. 의성여중을 다니던 친동생 김경애(24)는 언니에게 물건을 갖다주러 컬링장에 들렀다가 얼떨결에 컬링에 입문하게 됐다. 김경애가 학교 칠판에 '컬링 할 사람'이라고 적자 친구 김선영(25)이 가세하면서 '팀 킴'이 완성됐다. 휴대폰 반납해 스타 된지 몰라 뉴욕타임스는 20일 "갈릭 걸스(마늘 소녀들)가 올림픽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의 고향 의성도 사랑에 빠졌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갈릭 걸스가 강팀을 연파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의성의 특산물이 마늘이기에 '갈릭 걸스'로 불리지만 이들은 좀 더 예쁜 별명을 원한다. 정작 선수들은 본인들이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스타가 됐는지 전혀 모른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지 않기 위해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21일 기자가 "영미가 평창올림픽 유행어가 됐는데 아는가"라고 묻자 김영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관중석에서 '영미'라고 적힌 플래카드는 봤다"며 웃었다. 김경애는 MP3 기기를 통해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취미다. 김은정과 김선영은 수십 권의 책을 가져와 틈틈이 독서를 즐긴다. 박린, 노진호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8-02-21

빙속 남자 팀추월 은메달 추가…한국 종합순위 8위로 도약

대한민국 선수단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가별 종합순위에서 8위로 도약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대표팀은 21일(이하 한국시간)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팀추월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빙속은 4년 전 소치 대회에 이어 이 종목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대한민국은 값진 은메달 1개를 추가해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24·강원도청)의 금메달 1개를 제외하곤 모든 메달이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효자 종목 쇼트트랙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이승훈(30·대한항공)-김민석(19·성남시청)-정재원(17·동북고)이 뛴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지난 대회 우승팀인 네덜란드를 꺾은 노르웨이와 결승에서 격돌했다. 400 트랙을 8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한국은 잠시 노르웨이를 앞서기도 했으나 1초20 차로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장거리 간판이자 팀추월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 이승훈은 새 기록을 두 개나 작성했다. 그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획득해 아시아 빙속 선수 중 최다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이승훈은 아울러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에도 성공했다. 이승훈은 24일 주 전공인 매스 스타트에서 개인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2018-02-21

아직 4인승이 남았다, 봅슬레이 조종간 다잡는 원윤종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긴장을 많이 해서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19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을 마친 뒤, 한국대표팀 조종수(파일럿) 원윤종(33·강원도청)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452차례 주행 훈련을 했던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트랙에 자신감을 갖고 덤볐지만 목표했던 금메달이 아닌 6위에 머물렀다. 한국 봅슬레이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이긴 했지만 원윤종은 "함께 뛴 파트너 서영우(27·경기연맹)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지난 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 공동입장 당시 남측 기수로 나서 북한의 황충금(여자 아이스하키)과 함께 한반도기를 휘날렸다. 2010년 학교 게시판에 붙은 국가대표 선발 공고를 우연히 보고 봅슬레이 선수가 된 그가 8년여 만에 한국 겨울스포츠의 간판선수로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원윤종은 "자랑스럽다. 우리가 여기에 평화롭게 함께 있다는 게 특별하다"고 감격해 했다. 원윤종은 강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는 2013년 서영우와 남자 2인승 조합으로 결성한 뒤, 2014년 소치올림픽 남자 2인승에 처음 출전(18위)하고, 2015-2016시즌 세계 1위에 오르면서 봅슬레이 세계 톱랭커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3차 월드컵을 마친 뒤 국내로 들어와 실전 훈련을 진행하면서 세계 랭킹을 쌓지 못해 한국이 남자 2인승과 4인승 모두 출전권 한 장만 따낸 게 '독(毒)'이 됐다. 간판 파일럿 원윤종이 자연스럽게 혼자서 모든 걸 떠안았다. 조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원윤종이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담이 컸다. 원윤종은 올림픽 남자 2인승 첫 주행을 어렵게 치렀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곡선 구간에서 실수하는 등 두 차례나 얼음벽에 부딪혔다. 이용(40) 봅슬레이대표팀 총감독은 "부담이 커 보였다. 연습 땐 49초 00대가 나왔는데 긴장을 많이 해서 49초52가 나왔다. 조급해지면서 힘이 들어갔고, 주행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원윤종은 봅슬레이에 입문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올라선 선수다. 2010년 11월 유타 파크시티의 얼음트랙에서 처음 썰매를 탔다가 전복되면서 얼음벽을 깨 다른 나라 스태프들로부터 원망도 샀다. 봅슬레이 입문 초반 75㎏에 불과해 힘을 키우려고 하루 여덟 끼 식사를 해야 했다. 2016년 1월엔 자신을 지도하던 맬컴 로이드(영국) 코치가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 5~6시간씩 달리기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고, 하루 여덟 끼 식사로 만든 110㎏ 몸무게로도 100m를 11초3에 뛰는 등 세계 톱 수준의 스타터가 됐다. 로이드 코치가 사망하고 2주 뒤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에서 개인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원윤종은 "아직 남자 4인승이 남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 다시 마음을 잡고 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21일 서영우·김동현(31)·전정린(29)과 함께 두 차례 남자 4인승 공식 훈련에서 다시 썰매 조종간을 잡았다. 남자 4인승은 아직 월드컵에서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던 분야다. 그러나 비록 훈련이었지만 2차 시기에서 29개 조 중 4위까지 올라 기대감을 높였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18-02-21

'일방적인 애국심 중계' 올림픽 아닌 '코리아 체전'

'쇼트트랙·컬링만 중계하지 말고 빅게임도 좀 중계해 주세요.' '러시아-미국의 아이스하키, 미·소 냉전시대만큼 치열했다'는 제하의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댓글 600여 개 중 TV로 경기를 보지 못한 데 대한 항의가 많았다. 지난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남자예선 미국-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의 경기는 명승부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미·소 냉전시대부터 아이스하키 라이벌이다. 선수들이 수차례 주먹다짐을 했고 심판들은 이들을 떼어놓느라 진땀을 뺐다. 야구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축구의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경기 같은 빅게임이었다. 1만 관중석이 가득 찬 경기장에서 벌어진 양국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러시아 응원단이 전통복장을 입고 'red machine(붉은 기계)'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미국 팝가수 레이철 플래튼은 'USA'를 외치면서 응원했다. 북미아이스하키(NHL) 출신 일리야 코발축(35·SKA)이 활약한 OAR이 4-0 승리를 거뒀다. ▶한국 유력 종목은 3사 동시중계 그러나 한국의 팬들은 이 경기를 TV로 볼 수 없었다. 지상파 3사 SBS와 KBS, MBC는 모두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남자 1000m를 생중계했기 때문. 쇼트트랙은 국민적 관심이 가장 큰 종목이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고 싶었던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방송 3사가 똑같은 경기를 중계하는 데 대해 '전파 낭비' '국뽕 편성'이라고 비난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이 합쳐진 은어로 한국만 과도하게 응원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아이스하키 팬 김모(43·경기도 안양시)씨는 "TV채널을 돌렸는데 쇼트트랙만 나오더라.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이 아니라 세계 쇼트트랙선수권이 열리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7일 알파인스키 수퍼대회전에서 '스키여제' 린지 본(미국)의 경기가 열릴 때 지상파 3사는 남자피겨만 중계했다. 지상파 3사는 약 350억원을 나눠 지불하고 평창올림픽 중계권을 따냈다. 한 방송사 홍보팀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한국 선수가 잘하는 종목에 관심이 많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 생중계 시청률은 55.4%(지상파 3사 합계)나 나왔다. TV 시청률이 광고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방송사로서는 이런 종목을 중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올림픽에서 각각 100억원 이상의 광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한국의 금메달 유력 종목인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스켈레톤 등은 동시에 중계하기로 합의했고 아이스하키나 컬링처럼 조별리그 경기 수가 많은 종목은 3사가 번갈아 중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으로 화제가 되고, 컬링도 선전하자 이런 원칙은 공염불이 됐다. ▶올림픽인지, 쇼트트랙 선수권인지 지상파 3개 채널 모두가 똑같은 프로그램을 중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시청료를 납부하는 공영방송제의 한국에서 모든 방송사가 다양성을 무시한 채 똑같은 프로그램을 중복 편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또 "메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에서는 자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감동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 종목에 걸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면서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스포츠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데 지금 국내 상황은 편협한 민족주의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대부분 종목 생중계 원칙 영국 웨일스에 거주하는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는 "영국 BBC는 자국의 메달 획득 여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올림픽의 거의 모든 종목을 생중계한다. 이곳에서 윤성빈(스켈레톤)과 임효준(쇼트트랙)의 금메달 따는 모습을 생중계로 봤다. 영국은 스키 종목이 약한 편인데도 중계를 해준다"고 전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일본은 NHK와 네 곳의 민영방송사가 올림픽 중계를 한다. 일본도 주로 자국 선수 위주로 생중계한다. 다만 TBS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중계하는 시간에 TV아사히는 컬링 덴마크전을 중계했다"고 전했다. ▶"공영방송은 다양한 경기 내보내야" 김정효 박사는 "상업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인 KBS는 국민이 낸 시청료로 운영된다. 올림픽 중계도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접근, 여러 종목들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한다"고 지적했다. 광고 수입 때문에 지상파 방송국이 한국의 경기를 꼭 중계해야 한다면 각 방송사의 계열사 스포츠 채널을 통해 다른 나라의 경기를 중계하는 방법도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BBC는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경기를 중계했다. 방송학계에서는 "다양성이 사회 발전 척도이며 국내 방송사들도 BBC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를 지나치게 응원하는 이른바 '국뽕 해설'에 대한 비판도 크다. 평창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사의 일부 해설자는 상대팀이 실수할 때 기뻐서 소리를 지르는 등 편파성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이사는 "해설위원이 지나치게 흥분해 국민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독일 스포츠 중계진의 경우 시청자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캐스터가 해설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사실 전달에만 치중한다. 박린 기자

2018-02-20

2바퀴 남기고 대역전…또 넘어졌지만 팀플레이 빛났다

김아랑, 반 바퀴 더 타며 역전 발판 최민정, 막판 스퍼트로 중국 따돌려 심석희 "변수 많아 서로 믿고 달렸다" 2·3위로 골인했던 중국·캐나다 실격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6번째 신화를 썼다. 김아랑(23.고양시청), 심석희(21.한국체대), 최민정(20.성남시청), 김예진(19.평촌고), 이유빈(17.서현고)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7초361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남자 1500m(임효준), 여자 1500m(최민정)에 이어 이번 대회 쇼트트랙 세 번째, 한국 선수단으로선 네 번째 금메달이었다. 최민정은 첫 올림픽에서 대회 2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중국.캐나다.이탈리아와 맞붙은 결승에서 한국은 심석희-최민정-김아랑-김예진 순으로 레이스에 나섰다. 경기 초반 맨 뒤에서 달리던 한국은 다섯 바퀴째 김예진이 이탈리아 선수를 추월하면서 3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기습적인 선수 교대로 역전에 성공했다. 계주에서는 체력 안배를 위해 보통 한 바퀴 반을 돌고 교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아랑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앞에서 교대하는 사이 반 바퀴를 더 달리면서 캐나다를 추월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심석희에 이어 최민정이 레이스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마침내 중국까지 따라잡았다. 마지막 주자 최민정은 그대로 두 바퀴를 달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심판 판정이 석연찮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스 중반 한국의 김아랑이 넘어지면서 그의 발에 걸려 캐나다 선수도 쓰러졌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중국과 캐나다의 실격이 선언됐다. 심판진은 "(2위로 들어온) 중국의 판커신이 레이스 막판 최민정과 몸싸움을 벌이다 손을 썼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3위로 골인한 캐나다는 최민정과 판커신이 결승선에 골인할 때 링크 안에 있던 킴 부탱이 진로를 방해했다고 판정했다. 덕분에 가장 나중에 골인한 이탈리아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앞서 열린 B파이널에서 1위에 오른 네덜란드가 행운의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계주는 한국의 메달밭인 쇼트트랙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메달(5개)을 따낸 '효자 종목'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뒤 1998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를 이뤘다. 2010 밴쿠버 대회에선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당하면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지만 2014 소치올림픽에선 정상을 되찾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은 6번째 계주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 최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선배들이 이룩한 영광을 이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계주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고, 훈련을 할 때도 계주에 집중했다. 이날 경기는 상처를 씻어 낸 '치유의 레이스'이기도 했다. 팀을 이끄는 맏언니 김아랑은 이제까지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김아랑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계주에서 메달을 따면 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아랑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난 1500m 결승에서 4위로 골인한 뒤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던 그가 이번엔 최민정의 축하를 받았다. 주장 심석희의 부담감도 컸다. 심석희는 올림픽 직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힘겹게 마음을 추스르고 올림픽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500m와 1500m 예선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특히 1500m 경기에선 레이스 도중 넘어져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심석희는 "3000m 계주는 많은 변수가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서로 믿고 달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장 마음을 졸인 건 고교생인 막내 이유빈이었다. 이유빈은 지난 10일 예선 경기 도중 넘어져 일을 그르칠 뻔했다. 당시 넘어진 이유빈을 뒤따라오던 최민정이 재빠르게 쫓아와 터치한 뒤 역주를 펼친 덕분에 한국은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날 결승전엔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던 이유빈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언니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와 남자 500m 예선에선 한국 선수들이 모두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아랑은 준결승 1조에서 캐나다의 킴 부탱과 다시 맞붙는다. 부탱은 여자 500m, 1500m 동메달리스트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각각 3, 4조에 배정됐다. 한국은 22일 열리는 여자 1000m와 남자 500m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효경·여성국 기자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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